오규원이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를 애호하는 분들에게 아주 많이 알려진 시인입니다. ‘시인의
견본’이라 할 정도로 날카롭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시인입니다. 그 분의 시중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오규원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모든 것은 어둠이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꽃도 사랑도 청춘도 어둠이고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태양도 어둠이다.
그러니까 어두운 것으로 뭉친 어둠은 어둡지 않은 날 봐도 역시 어둡다.
어찌 보면 말장난처럼 보이는 시입니다. 그러나 이 시를 깊이 음미해
보면, 깊은 진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보면 아무리 밝은 것도 어둡게 보이고, 밝은 마음으로 보면 아무리 어두운
것도 밝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어둡습니다.
사랑도 어둡습니다. 청춘도 어둡습니다. 심지어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조차도 어둡게 보입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밝은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밝게 보입니다.
추수 감사절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지나온 일들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2019년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의 삶 속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가슴 아픈 일들도 참 많았습니다.
부딪기는 관계 속에서, 오고 가는 말들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오랜 질고로 마음도 몸도 지칠 대로 지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뜻하지 않은 병으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계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 모든 것을 더 이상 어두운 데 두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은총의 빛 아래 두시기를
바랍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은총의 빛 아래 놓고
보면,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감사의 은총이 온 교회가운데, 성도님들의
모든 가정가운데 넘치기를 두 손 모아 기원 드립니다.
주후 2019년 10월 13일
고영민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