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해서 오면 더 좋을 텐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을 보면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가 나옵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나를 길들여 보라고 하면서,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찾아온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이런 말을 합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게 더 좋을 텐데."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란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그땐 이미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이라는 걸 맛보게 될 거란 말이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난 몇 시에 마음을 치장해야 할지 모르지 않겠어? 만남에는
규칙이 필요한 거라구."
그렇습니다. 만남에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관계의 깊이와 시간의 양은 비례합니다.
특별히 시간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과
만남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하나님과
만날 시간을 정하세요. 그리고 그 시간을 신실하게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시간이 하나 하나 쌓여 가면서 우리는 하나님께 조금씩 길들여져 갈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오래 전부터 시간을 정해서 기도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 3시,
6시, 9시
(오늘날의 시간으로 하면 오전 9시,
정오 12시,
오후 3시입니다.)에
기도하였습니다. 이런 전통은 초대 교회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사도 베드로 역시 제6시(정오
12시)에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기 위해서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정해진 기도 시간에 찾아 오시어 역사하신다는 것입니다. 고넬료가
정해진 시간 9시(오후
3시)에 기도할
때에 찾아 오시여 말씀하십니다. 베드로가
정해진 시간 6시(정오
12시)에
기도할 때에 찾아 오시어 놀라운 환상과 계시를 주십니다.
3월
13일부터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9시
기도를 계속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시작된 구시 기도가 모든 성도들에게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거룩한 습관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기 때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고넬료처럼, 베드로처럼 시간을 정해서 기도하는 모든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베드로가
기도하려고 지붕에 올라가니 그 시각은 제 육 시더라.”(사도행전
10:9)
2020년 7월
19일 고영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