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목장에서
하나님 (할)아버지 God the (Grand)father
지난 주간 저는 침묵가운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캐나다 기도원에서는 보통 침묵
기도 중에는 서로 말을 걸지 않습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서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앉으신 백인 할머니께서 저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결국 이야기가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늦게 결혼한 딸의 손주들 이야기 하시는데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들으면서 “얼마나 손주들이 사랑스러우시면 저러실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마음과 조부모의 마음은 다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부모는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있어서 있는 그대로 자식을 봐주기가 어렵지요. 그러나 조부모는 그런 기대와 욕심을 내려 놓기에 부모 보다는 더 사랑스럽게, 더 너그럽게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내 자식이 자식을 낳아서 그것도 나 닮은 아이가 6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오 오면 부모는 '60점밖에 안돼'라고 하는데, 조부모는 '60점이나 맞았어'라고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를 보시는 시선이 이런 것은 아닐까요?
"그냥 네가 내 것이니까 나는 너를 사랑해. 내 새끼니깐 그냥 좋은 거야. 너의 드러난 부분, 숨겨진 부분, 깨어진 부분, 내가 다 알기에, 나는 너를 향해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지 않아. 네가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나를 잊지 않고 나를 향해서 뒤뚱뒤뚱 비틀 비틀거리면서 오기만 해도 나는 좋아.“ 때로 하나님께서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런 묵상을 하면서 그날 아침 저는 하나님을 향해서 한번 이렇게 불러 보았습니다. ‘할비’ 그러면서 드는 생각,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하나님의 마음을 더 많이 알 수도 있을 거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스바냐 3:17)
2019년 12월 15일 고영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