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묵상하라'
이번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부터 부활절전 40일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전통적으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회개와 절제와 경건에 힘씁니다. 저는 2020년 사순절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모든 본한인 교회 교우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죄를 묵상하라’
죄라는 단어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아주 낯선 단어가 되어가고 었습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단어(offensive word)가 되어가고 었습니다. 심리학에서도, 대중 문화에서도, 심지어 설교 강단에서도 말하기 불편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죄라는 단어 대신에 쓸 수 있는 좀더 부드러운 단어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단어들, 부담스럽지 않는 단어들을 찾아서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죄 대신에 ‘실수’(mistake)라는 단어를 씁니다. ‘내가 한 짓은 죄가 아니야, 실수지’ 어떤 사람은 ‘병’(disease)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내가 한 짓은 내 병이다. 내가 그렇게 태어나서, 내 안에 상처가 있어서 그런 짓을 한 거야’ 심지어 요즈음 ‘선택’ (choice)이라는 단어까지 씁니다. ‘내가 한 짓은 죄가 아니야, 당당한 나의 선택이다. 나는 얼마든지 선택의 자유가 있어’ 죄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서 죄에 대한 불편함을 완화시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여 집니다.
셰익스피어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롭다.”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그렇습니다. 죄가 아무리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죄에서는 똑같은 냄새가 납니다. 죄는 죄입니다. 무엇이 죄인지? 왜 죄인지? 누구보다 내 가슴이 압니다. 죄를 죄로 인정할 때에 애통이 나옵니다. 애통이 나와야 진정한 회개가 나옵니다. 그리고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야, 은혜가 얼마나 큰 지를 알게 됩니다. 2020년 사순절의 묵상 주제는 ‘죄’입니다. 죄를 심각하게 묵상해서 은혜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거북’한 단어, 죄가 우리를 ‘거룩’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게 해 주는 은총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 슬퍼하며 애통하며 울지어다.” (야고보서 4:8-10)
2020년 2월 23일 고영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