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캐나다로 이민 와서 12학년으로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때 택한 과목 중 하나가 ‘세계 근대사(The Modern History of the World)’라는 과목입니다. 17세기 유럽의 이성주의 및 계몽주의 시대 풍조를 시작으로 영국의 시민 혁명, 미국 신대륙, 산업 혁명, 프랑스 혁명, 제1차 세계 대전,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 대전 등을 훑어 나가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세계사가 철저하게 유럽 중심으로만 써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 동양의 역사는 거의 언급조차도 되지 않는 ‘세계사?’ 공부를 한 것이지요. 그나마 교과서 마지막 부분에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이 조금 다루어져 있는 것이 동양인으로 위안이라면 위안이었겠습니다.
이런 모순을 지적하고 특히 여기서 자라나게 될 아시아계 캐나다인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역사를 캐나다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가 있습니다. ALPHA Education (아시아 역사 알리기 교육 재단, 대표: Dr.
Joseph Wong)이라는 단체입니다. 저와는, 2차 세계 대전 시에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성 노예 범죄’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공식 배상을 요구하는 캐나다 연방 의회 동의안 통과를 위해 함께 일한 적이 있어, 연을 맺게 된 단체입니다. 이 단체가 지난 20년 동안, 아시아 역사를 캐나다 역사 교육에 포함 시키게 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감당해 왔습니다. 동양 사학자를 기용하여 아시아 역사 교과서를 편찬하게 하고 캐나다 고등학교들이 부교재로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매년 여러 차례의 교육 세미나, 교사 워크샵을 주최하여 아시아 역사를 교육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중 고등학교 역사 선생들을 중국과 한국에 초청 방문케 하여 난징 대학살에 대해, 전쟁 위안부 성노예 범죄에 대해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배우도록 했습니다.
이 ALPHA Education이 작년에 시작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아시아 태평양 평화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입니다. 이 박물관은 일본이 제국주의 망상에 사로잡혀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시아 여러 나라에 범한 범죄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일본이 자행한 난징 대학살과 한국인들에게 범한 강제징용 및 위안부 성노예 범죄 등이 3.1만세 운동 등 반제국주의 투쟁사와 함께 심도있게 다루어질 전망입니다. 천만 불이 넘게 드는 큰 사업입니다.
올해는 3.1절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래서 올해 봄음악회를 삼일절 100주년 기념 모금 음악회로 정하고, 모은 성금을 아태 평화 박물관 건립에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주보에, 봄음악회 순서지에 광고를 게재할 업체에 대한 모집 광고가 나갔는데, 이 일도 많이 참여해 주시고, 봄음악회를 알리는 일에도, 또 성금을 모아 주시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후 2019년 1월 27일
한석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