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라고요?”
교회에 오면 제일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감사하라’입니다. 심지어 교회에서는 어려운 일을 당한 분들에게도 감사하라고 말을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집사님, 그래도 감사해,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을 감사해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면 ‘집사님, 감사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을 꺼야. 그러니 감사해’ 저도 이런 말 많이 했고,
여러분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신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좋은 일만 감사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합니다. 힘든 일, 슬픈 일, 가슴 아픈 일도 다 감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 우리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감사하기 전에 먼저 충분히 슬퍼해야 합니다. 충분히 아파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감사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위로의 말이 영적인 폭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감사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버튼만 누르면 감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마음이 치유가 되어야 진정한 감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준비 안 된 사람에게
자꾸 감사를 강요하면, 사람들은 교회에 와서 마음껏 슬퍼할 수 없게 됩니다. 교회가 편안하게 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합니다. “교회는 감사만 해야지 슬퍼해서는 안 되는 구나.” 이런 강요를 받게 됩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사람은 아프면 울어야 합니다. 아플 때에 울지 않으면
나중에 더 아픕니다. 아픈데 안 아픈 척하면 당장은 치유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더 큰 상처가 됩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감사해야 합니다. 모든 상황에서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를 강요하지 말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충분히 준비가 될 때까지! 감사를 기다려 줄 줄 아는 공동체, 충분히 울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10월 11일 고영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