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은혜를 입은 동역자 여러분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이런 문안인사가 이번만큼은 정말로 예사롭지 않은 것이 제가 한국을 잠시 방문하고 도착한 바로 이튿날에 이 나라의 빙구 무타리카 대통령이 느닷없는 심장마비로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서거했고, 그 며칠 후에는 저희의 사역 현장인 마칸디 교도소의 소장으로 200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약 4년을 봉직했던 말리세이 소장이 은퇴한지 2개월만에 세상을 떴습니다. 말리세이 장례식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도중에 ‘차오나’ 교정국장을 만나 한국에서 도착할 컨테이너건을 비롯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대통령과 교도소장의 어이없는 죽음을 얘기하면서 남의 일 같지 않으니 건강을 조심하자고 서로 말하고 헤어진 것이 꼭 일주일 전인데 어제 아침 이후로 고작 저와 동갑 정도의 나이였던 교정국장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마칸디 교도소장 방에 가면 벽 정면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고 바로 밑에 교정국장 사진이 있었는데 이제 대통령도 그 밑의 교정국장도 그리고 그 액자 밑에 앉아 있던 교도소장도 고작 20일 사이에 모두 세상을 뜨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의지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생명이 코 끝에 있다고 한 이사야서 서두의 말씀이 새삼스럽기만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일수와 앞으로 어렴풋한 목표 연령까지 남아 있는 날수를 계수하면서 사시는 어떤 장로님의 지혜를 따라야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현장은 영양식 및 비누 제조공장의 가동과 함께 열기가 예전보다 더 뜨겁습니다. 어린이 영양식을 담은 50킬로짜리 자루를 하루에 수십개씩 만들어 창고에 포갤 때마다 거의 매일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매번 감격에 젖게 됩니다. 그것을 맛있게 먹을 어린아이들의 얼굴이 스려 나타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먹이고 있는 초등학교와 유아원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칸디 초등학교 (1,100명), 란체푸 초등학교 (900명), 리퀴젬베 초등학교 (950명), 나미핑고 초등학교 (900명), 마샤나 1 유아원 (90명), 사카타 유아원 (150명), 데카 유아원 (100명) 도합 4,200여명 가량 되고 내일 월요일부터 새로 시작하게 되는 8개의 유아원을 합치면 5,000명이 될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에 나와 있는 므위테레, 카쥬와, 물리랑콰리 초등학교에 식당을 건설하게 되면 2012의 목표인 8,000명 가량의 어린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통령이었다가 빙구 대통령의 서거로 졸지에 일국의 대통령이 된 조이스 반다 (Joyce Banda)여사와는 벌써 수년 전부터 좋은 교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2008년 가을에 그를 방문하여 영어와 말라위 현지어로 번역된 한국의 국민교육헌장을 보여 주었을 때 돋보기를 가방에서 꺼내어 거의 15분 동안 한줄 한줄 유심히 읽는 모습을 보면서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대개는 장관쯤 되면 저 같은 사람이 내민 문서는 슬쩍 훑어 본 다음에 나중에 읽겠다고 헛 약속을 하지 않습니까?
반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레이스 마세코라는 국회의원을 어제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일단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반다 대통령을 만나야 할 것에 동의했습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대통령직을 맡게 될 것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던 금년 연초에 느닷없이 당시 부통령이셨던 반다 여사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을 보내 오기도 했습니다. 당시로는 한국을 다녀 와야 하는 관계로 미팅 시기를4월 이후로 잡았는데 이제 대통령궁에서 그 분을 접견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미팅의 준비차원에서 만난 마세코 의원과의 회담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결정한 것은 대내적으로는 형사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대통령 자문격의 역할을, 대외적으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말라위와 미국, 특히 말라위와 한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진료소에서는 지난 주간부터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옥수수 2 킬로씩을 기증 받고 있습니다. 물론 억지로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한창 추수철인 지금부터 9월까지는 지역사회 어린이 급식을 위해 주민들의 동참을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7월 말 엽에 도착할 컨테이너에 실려 올 신발과 의류, 태양광 램프 등 역시 무상으로 주면서 동시에 그들의 감사의 보담을 옥수수로 받아 1년 간 급식 프로그램에 필요한 약 2,000포대 (100톤) 옥수수의 일부로 모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세 군데의 초등학교에 식당/취사장 건물을 짓는 일에 한 학교 당 700만원 정도가 들고 10월 정도부터 도합 8,000여명을 먹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매월 800만원 정도의 기금이 있어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또 컨테이너에 담겨 올 물건들을 나눠주면서 거둬들이는 옥수수의 양이 어느 정도 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한 아동 당 소요되는 급식비용을 매월 2000원이 아니라 그 절반 값인 1000원 정도로 낮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5월 13일 주일에 있게 될 제 3 차 성경암송대회를 위해 많은 재소자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외울 성경은 에베소서 2장입니다. 주일 예배며 매일 열리는 새벽기도회도 여전히 활기가 넘칩니다.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말라위 서울교회도 늘 열기로 뜨겁습니다. 작년 말 한국에서 온 노미화, 김다례 두 명의 굿피플 인터내셔널 자원봉사단원들이 얼마나 예쁘게 일을 잘 하는지요. 5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의 관리를 거뜬히 해 내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미국 오하이오에서 오신 박명효 장로님께서는 도착 직후부터 잠시도 틈이 없이 주민들과 재소자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연구와 실험을 하고 계십니다. 며칠 전에는 물지게를 만들어 지금까지 노상 머리에 물통을 이고 다녔던 방식에 변화를 가져와 이후로는 물깃기를 두배로 쉽게 해 주게 될 것입니다. 4월에는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살충작업도 1,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펼칠 예정입니다. 4월 26일에는 두 대의 40피트짜리 컨테이너 작업이 일산에서 수행됩니다. 사단법인 굿피플 인터내셔널이 기증받거나 구입한 신발과 태양광램프, 의약품 등이 전체의 3분의 2 정도가 되고 ROTC 기독장교회에서 모은 3,500여 켤레의 신발과 서울교회에서 모아 놓은 신발류, 미켈란젤로 의류업체가 기증한 수천 점의 의류, 어린이 속옷, 각종 기계장비 및 공구 등이 나머지 공간을 가득 메워 5월 초에 한국을 떠나 7월 중순 무렵에 말라위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어렵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고 오직 그분께만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2년 4월 22일 김용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