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 성도님들 중에 자녀를 먼저 하나님 나라로 보낸 분들이 있습니다. 병으로 혹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아직 떠날 나이가 아니었는데 먼저 자식을 앞세운 분들입니다. ‘부모는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가슴에 가실래야 가져지지 않는 체증을 안고 사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아픔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주변 분들의 말들 때문에 더 상처받는 것이 다반사 입니다. 주변 분들은 관심과 위로의 차원에서 말을 하는데, 오히려 그분들을 더 섭섭하게 하고 외롭게 하는 것이지요. 그 중 대표적인 말들은 “이제는 그만 잊어버리세요.” “이제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어쩌겠어요, 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인데 이제 받아 드리셔야죠” “하나님께서 이 고난을 허락하신 이유가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줄 믿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이제는 다 용서하세요.”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지실 거에요” 등등입니다. 세월이 약이 되고 시간이 잊게 해 줄 수 있는 정도의 아픔이라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그렇다면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허황된 말일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한을 달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추모 모임을 갖는데, 길거리 건너편에 등장한 소위 ‘엄마 부대’ 아줌마들의 picket의 글들이 눈을 찌푸리게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도를 넘었다.” “광화문 광장, 시민들에게 돌려달라” “세월호 유가족 횡포 국가 유공자로 착각 중지” “해상 교통사고 국민 혈세 지급 중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등등! ‘정말 이 사람들이 자식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맞나? 이 엄마들이 정말 제 자식을 잃어 봐야 자녀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될 것인가?’ 묻게 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바라는 것은 위로금도 아니고 ‘유공자 지위’도 아닙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왜 자기 자녀가 이렇게 허망하고 억울하게 죽게 되었는가에 대한 진실 규명, 그리고 공의로운 재판일 것입니다. 하루속히 조국 정부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기를 바라고, 유가족들이 더 이상 어리석은 말들로 인해 상처받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주후 2015년 4월 19일
한석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