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역자님께,
북반구 윗 지역에 가을이 깊어갈 때, 여기 아래 남국에서는 우기의 종반으로 진행됩니다. 이때는 비가 더 자주 오고 주로 폭우처럼 쏟아집니다. 이제 한 달 정도 지나면 건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계절을 통해 주시는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과 지혜가 한층 가까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올 초부터 숙원하며 준비해왔던 3년 과정의 바이블스쿨(성경신학원)이 오픈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협력 사역하고 있는 로컬 교단 내에 중학교 졸업 후 가정 사정이나 여타 이유로 고교 진학을 못했거나 중퇴한 자들로, 향후 목회 및 전도 비전을 가진 청년들입니다. 사실, 이 청년들이 그래도 교단 내에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인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척박하기 그지없는 교단의 향후 미래를 이 청년들이 일구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 산간 벽지에서 온 7개 부족 출신들로, 10명의 학생과 1명의 수퍼바이저로 작게 시작했습니다. 한 장소를 임대하여 숙소 및 강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주변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에 그 동안 바람 앞에 나서는 촛불을 감싸는 느낌으로 이 학교 개강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렇게, 교단 임원들과 함께 학생 숙소에서 조심스럽게 개강 예배를 진행했지만 정보에 밝은 공안들이 예배 전후로 들이닥쳤습니다. 공안의 대대적인 취조가 진행되는 동안, 한편으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잠잠히 주님께서 이루어가시는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공안과 당국자들간에 동 사안에 대해 여전히 심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저희는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통해 일하시고 사랑하는 자들을 통해 항상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께서 이것을 계기로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과정으로 인도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강 모임이 이미 이곳 공안에게 드러났기에, 사진을 몇 장 여기 첨부하고자 합니다.
지난 번 긴급 기도 제목을 통해 올려드렸던 저희 가족 상황입니다. 저희 부부는 이제 일상 업무를 진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가장 상태가 심했던 아들 성호 역시, 길랭 바래 증후군으로 인해 처음 발병 당시 신경 문제로 한쪽 발을 끌고 다녔는데 이후 조금씩 상황이 호전되어 이제 발목이 조금 굽혀집니다. 엊그제는 제자리에서 다리를 펼 수 있게 되었다며 여전히 발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는 어색하나마 뛰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더군요.
벌써 베트남 입국 만 5년이 되었네요. 돌이켜 보니,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사역과 개인과 가족이 따로인 것 같지 않고, 한 송이 국화꽃조차 자라 피어나는 동안 천둥 번개와 소쩍새가 동반자로 같이했음을 묘사했던 시인의 관찰이 영적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여정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항상 기억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며 동역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래, 계속 기도 제목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성경 신학원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해주소서
. 진행되고 있는 공안과 당국자들의 심리를 주관하셔서 공식적인 주님 일군 양성 기관으로 세워지게 하소서
. 작게 뿌리는 이 씨앗이 크게 자라 주님 나라 위해 헌신하는 일군들로 세워지길 소망합니다.
. 학교 운영에 필요한 교수진과 교재 및 학생들의 생활 자원들이 원활히 공급되게 하소서.
2. 저희 가족의 건강을 지켜 주소서
. 학교 개강 예배에 공안이 들어오는 같은 시간에 아내에게 심한 장염이 발생하여 지금 계속 투병 중에 있습니다.
. 아들에게 다소나마 회복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발목이 잘 굽혀져서 여느 청년들처럼 걷고 뛸 수 있도록 신경과 근육을 회복시켜 주소서.
. 제가 평소에는 괜찮다가 오토바이 운전 십여 분이 지나면 오른쪽 어깨 바로 아래 팔 상박에 심히 시리고 저린 증상이 찾아옵니다. 속히 원인 치료가 되게 해주소서
함께 기도해주심에 거듭 감사 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