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기도로부터 산다. 사실상 신앙이란 본래적으로 다름 아닌 기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순간에 우리는 이미 기도하고 있고 또 기도가 사라진 순간에는 신앙 역시 사라지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를 가장 겸손하게 만든다. 다른 모든 행위는 그것이 크든 작든 우리 자신의 행위요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우리가 그 일을 하고 그 일에 책임을 지며, 그것이 우리의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자랑 하게 된다. 그러나 기도의 경우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하지 않겠 습니다. 우리의 행위는 끝났습니다. 아버지여! 당신이 행하시도록 맡기는 것밖에 우리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하는 표시로 우리의 두 손을 모으게 되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 무능의 선언이며 "삶의 방향타를 더 이상 갖지 않겠습 니다. 이제 그것을 당신께 맡깁니다."라고 생을 양도하는 것이다. 진실로 기도하는 자만이 자기 힘으로만은 기도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만이 기도하게 하실 수 있음을 안다. 기도란 철저하고 무조건적인 양도인 것이다.
따라서 기도란 다름 아닌 바로 신앙 그 자체이다. 기도하는 만큼의 신앙이 있고 기도하지 않는 만큼 신앙이 없는 것이다. 기도를 통해 그가 하나님을 진정 아버지로 믿는 믿음이 있는지가 드러난다. 이것이 하나님 신앙(Gottvertrauen)이다. 또한 기도를 통해 그가 하나님께 모든 것을 양도하고 또 모든 것을 그로부터만 받으려는 겸손이 있는지의 여부가 드러난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믿고 있다. 곧 우리가 올바로 기도하기만 한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이렇게 가난해진 이유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들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만이 진실로 기도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기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 에밀 브루너 (Emil Brunner)
주후 2015년 8월 16일
안형준 목사 드림